과로사 승소 비결

잘못된 상식을 버려라.

기존증(기왕증)이 있으면 인정받기 어렵다? No! 오히려 기존증이 있다는 사실이 유리할 때도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치자. 단순하지만 이런 논리가 가능하다. 뇌출혈은 어떤 이유로든 뇌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터지게 되는 병이다. 따라서 혈압이 정상이었던 사람이 뇌출혈이 되려면 극도의 과로나 스트레스라는 원인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원래 혈압이 높았던 사람은 외부의 환경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웬만한 과로나 스트레스에서도 뇌출혈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도 기존증이 있었다고 해서 과로사를 인정하는 데 걸림돌로 판단하지 않는다. 법원은 "산재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사망이라고 함은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으로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 연관이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가 재해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 질병을 유발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것이고, 이 경우 업무와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업무수행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다. 과로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아주 건강한 사람과 기존에 질병을 갖고 있어 약골인 사람을 같은 잣대로 잴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집에서 쓰러지면 안된다? NO! 반드시 직장에서 쓰러져야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직장에서 업무를 보던 중이거나 출장 중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과로사로 인정되지 않 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의 경우 오히려 업무를 수행하지 않을 때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퇴근 후 집에서 잠을 청하다가, 잠을 자는 도중, 혹은 새벽에 세수를 하려고 준비하던 중, 휴식시간에 동료들과 운동을 하던 중... 심지어 휴식시간 중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다가도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질병은 노동을 하는 도중보다는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증상이 유발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여름휴가나 명절휴가 도중이나 휴가를 마치고 처음 출근해서 쓰러지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법원은 "업무상의 과로가 원인이 된 이상 그 발병 및 사망장소가 사업장 밖이고 업무수행중에 발병하여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업무상의 재해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육체적 과로만 과로로 인정된다? NO!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것도 중요하다.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에서는 육체적 과로 못지않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병하거나 기존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법원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육체적 과로와 더불어 과로사의 원인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육체적 과로가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과도한 경우에는 정신적 스트레스 하나만으로도 과로사의 원인으로 인정한다. 예컨대 ▲ 간부회의에서 심한 질책을 받은 간부가 급성심 장사한 경우 ▲ 택시운전사가 과로에다 교통체증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근경색이 발병한 경우 ▲ 회사조직개편으로 인해 본인이 속해 있는 부서가 폐지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으로 잠을 못 이루고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사한 경우 ▲ 영업사원이 납기 준수에 대한 스트레스로 간경화가 악화된 경우 ▲ 노조전임자가 농성으로 인한 피로와 교섭에서의 스트레스로 기존증이 악화된 경우 ▲ 업무상재해를 입고 치료받던 중 치료에 대한 스트레스로 진폐증이 악화된 경우 등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한 과로사가 인정되었다.

술,담배를 많이 하면 안된다? No! 업무와 술,담배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괜찮다.

음주와 흡연을 했다고 해서 과로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술, 담배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과로와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 확인된다면 술, 담배가 유일한 사망의 원인이 아닌 다음에야 과로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심지어 음주와 흡연이 업무의 일환이거나 업무로 인해 불가피한 것이라는 사정이 밝혀지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항상 거래처를 접대해야 하는 영업 상무를 '술상무'라고 하지 않는가. '술 권하는 사회'라는 현진건의 소설도 있지 않은가. 실제 거래처에 대한 접대가 많은 제지회사 이사의 간경화 사망, 간질환이 있던 영업과장이 거래처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쓰러져 위장정맥류출혈로 사망한 경우 모두 과로사 인정이 되었다. 담배도 마찬가지. 납기 맞추기 에 시달리는 생산직 간부, 회사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직 위기에 놓여 흡연량이 늘어난 관세사무소 직원은 그 흡연이 업무로 인해 늘어났다는 점이 고려되어 과로사 인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민사배상을 받는 것이 낫다? NO! 먼저 유족급여 받고, 민사배상은 선택적으로

산재보험이나 공무원연금의 재해보상급여가 아닌 사업주나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유족이 사업주나 국가의 과실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과로사나 과로 관련 질환에서 사용자의 과실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과로 관련 질환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고 과로를 하는 여러 가지 요인, 과로로 인해 건강이 훼손된 여러 가지 요인 중에 사용자의 책임을 가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각 공단에서 과로사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면 과로 사실 및 과로와 사망사이의 의학적 인과 관계만 인정되면 가능하지만, 과로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과로한 사실, 과로로 사망한 사실을 입증해야 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사용자가 그 같은 과로를 시키면 피용자가 과로사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사용자가 그 같은 가능성을 알면서도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과실)까지도 입증하여야 하는데, 이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로 관련 질환이나 과로사에서 사용자의 과실을 인정하는 데 법원이 진전된 태도를 보여야겠지만, 이런 소송에서 사용자 과실은 50% 이하로 인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피재자의 나이가 많고 사용자의 과실을 찾기 어려운 경우 배상액이 아주 적다는 점을 감안 했을 때 일단 공단으로부터 재해보상급여를 받고 민사배상소송은 선택적으로 하는 것이 낫다.